효율성과 공정성

효율성과 공정성

사람들은 자본주의의 체제의 돈과 시장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왈가왈부하기도
하지만, 효율적인 사회가 시장경제의 주요 성과 가운데 하나라는 점에 대해서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며, 정치인들이 그들의 공약에서 효율성을 우선하는
것은 당연하게 여겨진다. 효율성과 그 결과는 자본주의와 경쟁, 그리고 시장이
가져다 주는 가장 확실한 열매다. 더 많은 상품, 더 좋은 서비스, 더 저렴한 가격,
그리고 더 믿을만한 신용은 우리에게 보다 편안하고 나은 삶을 제공한다. 그러나
정말 위험한 것은 효율성에 대한 우리의 열정 자체가 왜곡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효율성을 전체적으로 이해하지 않는 한 우리 자신은 효율적이 되기에 바쁜
나머지, 근본적인 목적을 잊어버리게 된다. 45 효율성이란 일정한 목적을
달성하려고 할 때 사용되는 개념이다. 최소의 자원을 투입하여 달성해야 하기
때문에 낭비를 없애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것은 자명한 이치다. 말하자면
효율성이란 수단적 가치에 불과하지 내재적이고 본질적인 가치가 아니다.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비효율적인 방법보다는 효율적인 방법이 바람직하다는
것에 불과한 것이다. 중요한 것은 효율적으로 추구해야 할 목적의 가치이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 경제적 효율성의 추구는 유일무이한 목적의 개념으로
이해되고 있으며, 더 이상 효율성은 의심받지 않게 되었다. 필자는 이러한 현상의
원인이 경제학이 가정하는 이기적 행위자의 가정으로부터 비롯되었음을 2 장에서
밝혔으며, 문제는 규범경제학조차도 효용주의에 입각해 인간의 효용을 극대화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가치기준을 주장하는데 까지 이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효용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경제인이 일정한 도덕원리나 제도 조건에
의해서 명시적으로 규제되지 않고 오로지 효용만을 기준으로 행동한다면 대단히
비인간적인 결말을 낳게 될 것이다.